1. 책 제목: 한국이 싫어서
2. 지은이(저자): 장강명
3. 읽은 기간: 2017년 7월 21일 ~ 2017년 7월 24일
4. 책의 주제와 내용:
한국에서 20여년을 살다가 호주로 이민을 간 계나의 이야기가 내용이다. 계나는 이 소설의 제목처럼 ‘한국이 싫어서’ 호주로 유학을 간다. 처음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힘든 적응과 현지인들의 차별 등의 이유로 힘들었던 계나,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그 힘듦은 더 큰 힘듦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계나는 낯선 땅 호주에서, 취업 비자와 영주권을 거쳐 시민권을 취득하고, 한인 게스트하우스와 셰어하우스를 거쳐 자기 소유 아파트를 갖고, 어학원과 대학원을 마친 뒤 번듯한 회계사 직장까지 얻는다. 정말로 죽을힘을 다하고, 산전수전을 다 겪고, 밑바닥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와 이룬 결과들이다. 그리고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건 더 행복하고 잘 살기 위해서라는 맹목적인 목표뿐만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호주가 한국보다는 나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계나가 반말로 읊어 주는 자신의 호주 생활 이야기를 읽다 보면, 계나가 환상에 젖은 인물이라기보다는 그 누구보다도 현실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취업난 속에서 고통받는 실제 청년들의 모습을 잘 반영해 준 계나 덕분에 내 미래에 대해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5. 나의 생각, 느낀점:
한국이 싫어 호주로 떠난 계나의 이야기를 들으며 느낀 건, 나도 저렇게 될 수 있겠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해외취업자 수는 작년 기준 2,903명이고, 국외이주자 수는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16,000여 명이다. 이건 결코 적은 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살기가 힘들어 해외로 나가는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닌 것이다.
명문은 아니지만 이름 들으면 아는 인서울 대학을 나온 계나, 그렇지만 모 증권사에서 일한 경력 뿐 다른 커리어는 없는 계나가 호주로 떠나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하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나에게 동기부여를 해 주기도 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했는데, 반대로 즐길 수 없을 땐 피하는 게 맞는 것 같다.이 소설을 통해 힘들면 조금 다른 길로 돌아서 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6. 인상적인 글귀:
왜 한국을 떠났느냐.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지. 세 마디로 줄이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무턱대고 욕하진 말아 줘. 내가 태어난 나라라도 싫어할 수는 있는 거잖아. 그게 뭐 그렇게 잘못됐어? 내가 지금 “한국 사람들을 죽이자. 대사관에 불을 지르자.”고 선동하는 게 아니잖아? 무슨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태극기 한 장 태우지 않아. 미국이 싫다는 미국 사람이나 일본이 부끄럽다는 일본 사람한테는 ‘개념 있다’며 고개 끄덕일 사람 꽤 되지 않나?
어차피 죽을 때는 자살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거든. 비실비실거리면서 아흔 살이고 백 살이고까지 사는 건 생각만 해도 끔찍해. 그렇다면 여든에 자살하든 예순에 자살하든 똑같지 않나? 은퇴를 아예 5년 더 당기면 어떨까? 마흔다섯부터 10년 동안 여유 있게 살고 쉰다섯에 죽을 수도 있겠네. 이 얼마나 아름다워.
은혜도 그렇고 학생 때는 똑똑하던 여자애들이 집 안에 틀어박혀 있으면서 바보 되는 거 많이 봤거든. 밖에 나가서 다른 사람을 만나고 부딪치고 그러지 않으면 되게 사람이 게을러지고 사고의 폭이 좁아져. 다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할 줄 모르게 되고. 난 그렇게 되기 싫었어.
몇 년 전에 처음 호주로 갈 때에는 그 이유가 ‘한국이 싫어서’였는데, 이제는 아니야. 한국이야 어떻게 되든 괜찮아. 망하든 말든, 별 감정 없어...... 이제 내가 호주로 가는 건 한국이 싫어서가 아니라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야. 아직 행복해지는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호주에서라면 더 쉬울 거라는 직감이 들었어.
나더러 왜 조국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하던데, 조국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거든. 솔직히 나라는 존재에 무관심했잖아? 나라가 나를 먹여 주고 입혀 주고 지켜 줬다고 하는데, 나도 법 지키고 교육받고 세금 내고 할 건 다 했어. 내 고국은 자기 자신을 사랑했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그 자체를. 그래서 자기의 영광을 드러내 줄 구성원을 아꼈지. 김연아라든가, 삼성전자라든가. 그리고 못난 사람들한테는 주로 ‘나라 망신’이라는 딱지를 붙여 줬어. 내가 형편이 어려워서 사람 도리를 못하게 되면 나라가 나를 도와주는 게 아니라 내가 국가의 명예를 걱정해야 한다는 식이지. 내가 외국인을 미치고 허둥지둥 지하철 빈자리로 달려가면, 내가 왜 지하철에서 그렇게 절박하게 빈자리를 찾는지 그 이유를 이 나라가 궁금해할까? 아닐걸? 그냥 국격이 어쩌고 하는 얘기나 하겠지. 그런 주제에 이 나라는 우리한테 은근히 협박도 많이 했어. 폭탄을 가슴에 품고 북한군 탱크 아래로 들어간 학도병이나, 중동전쟁 나니까 이스라엘로 모인 유대인 이야기를 하면서, 여차하면 나도 그렇게 해야 된다고 눈치를 줬지. 그런데 내가 호주 와서 이스라엘 여행자들 만나서 얘기 들어 보니까 얘들도 걸프전 터졌을 때 미국으로 도망간 사람이 그렇게 많았다더구먼. 학도병은 어땠을 거 같아? 다들 울면서 죽었을걸? 도망칠 수만 있다면 도망쳤을 거다. 뒤에서 보는 눈이 많으니까 그러지 못한 거지. 나도 알아. 호주가 무슨 천사들이 모여 사는 나라는 아니야. 전에 한번은 트레인에서 어떤 부랑자가 나한테 오더니 “너희 나라로 돌아가.” 하고 소리를 지르더라. 시민권 취득 시험이라고, 없던 시험까지 생겼어. 문제도 꽤 어려워. 크리켓 선수 이름 같은 게 막 문제로 나와. 그런데 내가 그 시험 공부하다가 그래도 호주가 한국보다 낫다고 생각한 게 있었지. 애국가 가사 알지? 거기서 뭐라고 해? 하느님이 보우하는 건 내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야. 만세를 누리는 것도 내가 아니라 대한민국이고. 나는 그 나라를 길이 보전하기 위해 있는 사람이야. 호주 국가는 안 그래. 호주 국가는 “호주 사람들이여 기뻐하세요. 우리들은 젊고 자유로우니까요.” 라고 시작해. 그리고 “우리는 빛나는 남십자성 아래서 마음과 손을 모아 일한다.”고, “끝없는 땅을 나눠 가진다.”고 해. 가사가 비교가 안 돼.
회계 배울 때 경제학 원론도 같이 배우거든. 거기 비교우위론이라고 나와. 혹시 알아? 농사짓는 나라는 농사만 전문적으로 짓고, 고급 서비스 창출하는 나라는 고급 서비스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내용인데. 수학적으로 그게 증명이 돼. 그런데 그 이론대로면 농사짓는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은 농사만 지어야 하는 건가? 사람은 자기가 일하고 싶은 나라에서 일하지 못하게 하면서 물건 수출입만 자유롭게 허용하자는 주장 좀 이상하지 않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