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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백

1. 책 제목: 표백

2. 지은이(저자): 장강명

3. 읽은 기간: 201797~ 2017928

4. 책의 주제와 내용:

소설가 장강명의 첫 작품인 표백은 힘든 삶을 살아가는 지금의 청년들이 자살로써 자신의 뜻을 펼치겠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내용이다. 기자 출신의 작가가 쓴 소설이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전개가 이어지고 묘사와 배경 설명이 사실적이다. ‘중심의 1인칭 소설이지만 가장 비중있게 등장하는 인물은 A대학교 경영학과 학생인 세연이다. 세연은 지금의 청년 세대가 시대를 잘못 만난 세대라며 사회가 어떠한 보상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문제라고 말한다. 이러한 청년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기성세대들에게 어떠한 메시지와 충격을 전해 주기 위해서 계획한 것이 자살 카페다.

세연의 계획은 자살 카페라기 보다는 일종의 자살 선언 문화에 가깝다. 청년 중 아무나 자살을 해야 하지만, ,외부적 압박이 없어야 하고 마땅히 자살을 할 만 했다고 유추할 만한 요소가 없는 상태여야 한다. 그러니까, 멀쩡히 잘 살고 있다가 갑자기 자살하는 것이다. 그것도 24시간 전에 인터넷으로 예고해 널리 사실을 퍼트리고.

스토리의 전개 방식은 특이하다.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되는 주 내용 사이사이에 세연이 쓴 3인칭 시점의 잡기 산문이 삽입돼 있다. 그리고 큼직한 사건들마다 인터넷 뉴스 기사 형태의 글들도 이어진다. 다양한 서술 방식의 구성 때문에 읽는 내내 흥미를 잃지 않을 수 있었다.

5. 나의 생각, 느낀점: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 세대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정말 잘 드러내 주고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출판된 지 6년 가량이 지난 작품이지만 6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없고, 심지어 더 나빠지기도 했다.

20세기 한반도는 청년 중심의 땅이었다. 일제 시대에 앞장서서 독립운동에 나선 대다수는 청년이었고, 광복 이후 민주화 과정에서도 수많은 집회와 시위는 청년들의 몫이었다. 그런데 그 청년들이 장년과 노년이 되고, 기성세대가 되어버린 지금은 청년들의 지위가 없다시피 하다. 기성세대와 청년 세대의 얽히고설킨 이해관계 속에서 득을 보는 건 기성세대고 피해는 언제나 청년 세대가 받는다. ‘나 때는 안 그랬는데라는 한 마디 말로 청년 세대들의 입을 닫아버리고 그들을 진심으로 이해해주지 않는다. 이 작품은 이런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 속 인물인 세연이 말하는 표백너무너무 완벽해서 내가 더 보탤 것이 없는 흰색그레이트 빅 화이트 월드속에서 야심 있는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질문들을 재빨리 정답으로 대체하는, 누가 빨리 책에서 정답을 읽어서 체화하는 과정이란다. 표백, 의미는 어렵지만 실행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세연이 구상한 질문을 정답으로 대체하는행위는 곧 자살이니까.

6. 인상적인 글귀:

H그룹 인사부 선배는 요즘 대학생들에게는 도전 정신이 없다는 이야기를 한참 늘어놓았다. “요즘 학생들 보면 이렇게들 패기가 없어서야 참 걱정이다 싶을 때가 있어. 세세한 스펙 따위 별 상관도 없으니 거기에 목숨 걸고 그러지 말고 큰 꿈을 가져봐.” “그런데 왜 청년들한테 도전 정신이 있어야 하는 거죠?” 내 물음에 H그룹 과장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 늙은이들더러 도전 정신을 가지라고 하겠니?” 숭배자들A대학 경영학과 학생들-의 웃음. “도전 정신이 그렇게 좋은 거라면 젊은이고 나이 든 사람이고 할 것 없이 다 가져야지, 왜 청년들한테만 가지라고 하나요?” “젊을 때는 잃을 게 없고, 뭘 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으니까 그럴 때 여러 가지 기회를 다 노려봐야 한다는 얘기지. 그러다가 뭐가 되기라도 하면 대박이잖아.” “오히려 오륙십 대의 나이 든 사람들이야말로 인생 저물어 가는데 잃을 거 없지 않나요. 젊은 사람들은 잃을 게 얼마나 많은데……. 일례로 시간을 2,3년만 잃어버리면 H그룹 같은 데에서는 받아주지도 않잖아요. 나이 제한을 넘겼다면서.” “대신에 그에 상응하는 경험이 남겠지.” “무슨 경험이 있든 간에 나이를 넘기면 H그룹 공채에 서류도 못 내잖아요.” “얘가 원래 좀 삐딱해요.” 누군가가 끼어들어 제지하려 했으나 나는 멈추지 않았다. 나는 술을 마시면 멈추는 법이 없었다. “저는요, 젊은이들더러 도전하라는 말이 젊은 세대를 착취하려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뭣 모르고 잘 속는 어린애들한테 이것저것 시켜봐서 되는지 안 되는지 알아보고 되는 분야에는 기성세대들도 뛰어들겠다는 거 아닌가요? 도전이라는 게 그렇게 수지맞는 장사라면 왜 그 일을 청년의 특권이라면서 양보합니까? 척 보기에도 승률이 희박해 보이니까 자기들은 안 하고 청년의 패기 운운 하는 거잖아요.” “이름이 뭐랬지? 넌 우리 회사 오면 안 되겠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빈정대는 말투로 한마디 내뱉었다. “거 봐, 아까는 도전하라고 훈계하더니 내가 막상 도전하니까 안 받아주잖아.”

1978년 이후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유지·보수자의 운명을 띠고 세상에 났다. 이 사회에서 새로 뭔가를 설계하거나 건설할 일 없이 이미 만들어진 사회를 잘 굴러가게 만드는 게 이들의 임무라는 뜻이다. 이들은 부품으로 태어나 노예로 죽을 팔자다.

완성된 사회라는 것은 구성원 또는 계층 간의 갈등이 완전히 사라진 사회를 의미하지 않는다. 완성된 사회는 그런 갈등과 모순이 어느 범위 이내에서 더 커지지 않는 상태로 계속 지속될 수 있는 사회를 의미한다. 서구 국가들과 아시아의 일본, 한국은 이런 단계에 도달했다. 한국은 경제성장과 민주화에 성공하면서 '완성된 사회'의 초입에 접어들었다. 완성된 사회에도 근본적인 불의와 부조리는 있으나, 완성된 사회는 한 가지 답을 고집하지 않음으로써 그 부조리를 피해간다. 이 시스템에서는 어떤 모순도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는 않지만, 또 어떤 모순도 혁명이 일어날 정도로는 쌓이지 못한다. 고작해야 '선거 혁명'이다. 즉 오늘날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 사이의 논쟁은 적당한 온도의 온수를 놓고 뜨거운 물이 나오는 수도관과 차가운 물이 나오는 관 사이에 레버를 어느 위치에 놓느냐를 두고 벌이는 싸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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