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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원은 전쟁

1. 책 제목: 우리의 소원은 전쟁

2. 지은이(저자): 장강명

3. 읽은 기간: 2017720~ 2017728

4. 책의 주제와 내용:

통일 이후 한반도의 이야기를 다룬다. 가까운 미래, 통일 전문가들이 가장 이상적이라 이야기하는 시나리오(미국이나 중국 등 강대국의 개입 없이 북한이 남한에 흡수통일되는 형태)로 한반도는 통일이 되었고, 남한 정부는 옛 북한 지역의 발전과 안정화를 위해 휴전선을 그대로 유지하며 통일과도정부를 세워 옛 북한 지역을 관리하기로 한다.

유엔에서는 치안과 병력 유지를 명목으로 세계 각국이 참여한 평화유지군을 주둔시키고, 북한의 인민보안부는 이름만 바꾼 채 유지해 실질적 치안 유지를 맡도록 한다.

실질적인 국민 통제나 통치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은 북한 지역은 무법지대가 되었고, 범죄와 마약의 소굴로 변한다. 이 소설은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겪는 일들을, 마약 밀매 기업의 우두머리인 인물 최태룡을 중심으로 풀어 나간다.

5. 나의 생각, 느낀점:

원래 나는 통일 반대론을 지지한다. 그리고 이 소설을 읽은 뒤 그 생각이 더 확고해졌다. 북한은 미친 나라다. 동북아의 악성 종양, 선진국 바로 위의 최빈국이라는 표현이 쓰이고, 독재와 세습 그리고 세뇌 교육으로 피폐해진 사회는 참혹하다. 물론 고작 몇 십에서 몇 백 km 북쪽에 태어난 이유로, 대한민국이 아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태어난 이유로, 빈곤과 가난의 고통을 겪는 북한 주민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그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그렇지만 통일에 반대하는 나의 입장은 그와 별개이다.한반도가 통일된다면 어떨까. 통일 전문가들은 통일의 필요성으로 구미 선진국 수준의 인구, 북한 지역 주민들의 저렴한 노동력과 남한 자본력의 융합, 내수시장 증대 등을 내세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통일이 되면 남한의 51백여만 명과 북한의 24백여만 명 인구가 합쳐져 통일 한국의 인구는 75백여만 명이 된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의 건강이나 교육 수준 등이 문제다. 남한 청년(15~25)의 평균 신장은 여성이 160cm, 남성이 174cm이고, 북한은 각각 148cm, 161cm이다. 75백만 명 중 24백만 명은 영양실조를 겪은 사람들인데, 과연 그 75백만 명이 구미 선진국 수준의 인구와 동등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통일이 되면 북한 지역 주민들의 저렴한 노동력이 남한 지역의 자본가들에게 제공되고, 우리 민족은 두 번째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들 말한다. 이건 북한 지역 주민들을 무시하는 말이다. 북한 지역 주민들을 값싼 노동자로 이용해 먹겠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비록 신체적으로 열등하고 교육 수준이 낮지만, 값싼 노동력으로만 치부되어선 안 된다. 만약 통일이 되고, 그들이 직업을 가져 노동을 하게 된다면, 그들도 나머지 51백만 명과 함께 경쟁하고 동등하게 노동해야 한다. 그리고 남한의 자본은 영원히 남한의 자본일 뿐이다. 제대로 쓸 수 있는 것이 없어 기초 기반시설부터 새로 건설해야 하는 북한 지역에 어느 자본가가 기꺼이 투자를 하며 나설까?

통일이 되면 내수시장이 증대된다? 이게 제일 어이가 없다. 내수 시장의 증대는 인구의 증가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그 인구의 실질 구매력도 생각해야 한다. 인구는 75백만 명으로 늘지 몰라도, 그 중 51백만 명만이 선진국 수준의 구매력이고, 나머지는 사실상 구매력이 없다. 20172분기 기준 대한민국의 1인당 구매력은 39,446 달러로, 여타 선진국들에 전혀 밀리지 않는 수치이다. 그러나 북한의 1인당 구매력은 2014년 기준 1,800 달러에 불과하다. 이런데도 내수시장이 증대된다고 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나는커녕 아버지도 한국전쟁을 직접 겪은 세대가 아니다. 북에 이산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내가 통일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산가족 문제와 같은 슬픔은 잠시 잊고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통일하지 않는 게 통일하는 것보다 비효율적인 건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6. 인상적인 글귀:

그는 미친 나라에서 태어났다. 미친 나라에서 살아남으려면 항상 주변의 모든 사람을 의심하고, 언제라도 주변의 모든 사람을 배신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다. 가끔 그런 경쟁과 전투에는 아무런 한계가 없어 보였다. 극한상황에 이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옳고 그름에 대해 색악하기를 포기한다. 한번 그렇게 황폐해진 내면에 어떤 덕성이 다시 깃들기란 매우 어렵다.

세상에 좋은 게 다 한정돼 있잖아. 어차피 그 좋은 걸 모든 사람이 다 누리진 못해. 그런데 한번 가져보라고, 시도는 해보라고 기회를 주는 게 자본주의야. 세상이 사람들한테 다 덤벼봐, 그러는 거야. 얼마나 좋아. 이기면 되잖아. 그 기회를 두 번, 세 번도 줘. 진다고 바로 뒈지는 것도 아니잖아. 세상에 이런 체제가 어디 있나? 사회가 끝없이 싸울 기회를 주겠다는데 난 싸우는 게 싫소, 그러니까 우리 다 같이 싸우지 맙시다, 이게 말이 돼? 끝없이 싸울 기회라는 건 끝없이 이길 기회라는 말인데 말이야, 왜 안 싸워?”

한국 사람들은 왜 그렇게 꼭 통일을 해야 한다고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말레이시아는 화교가 많은 싱가포르를 억지로 분리시켰죠. 1965년에 싱가포르 주를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쫓아냈어요. 싱가포르는 원치 않은 독립이었고, 분리 당시에도 심지어 싱가포르가 말레이시아보다 더 잘사는 나라였지만, 그렇게 갈라선 결과는 말레이시아에도 싱가포르에도 좋았어요. 한 나라로 있었다면 인구의 대부분인 말레이계가 싱가포르 화교 자본에 종속된 채로 중산층이 되지 못한 채 살았어야 했을 거예요. 말레이계와 화교 사이 갈등도 지금보다 훨씬 더 심했을 거고요. 두 나라로 떨어뜨려놓고 나니 싱가포르는 싱가포르대로 똘똘 뭉쳐서 선진국이 되었고, 말레이시아도 싱가포르 없이 자기 힘으로 선진국 문턱까지 왔어요.”

남한의 통일론자들이 통일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신문에서 몇 번 봤어요. 저로서는 납득할 수가 없더군요. 특히 남한과 북한이 합쳐지면 내수 시장이 커지고 북한의 싼 임금 덕분에 남한 기업들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얘기. 그건 남한 자본이 북한 사람들을 노동자로, 소비자로도 이용해먹겠다는 얘기죠. 북한 주민들이 말레이시아 사람들보다 인내심이 더 많을까요? 그리고 북한에 이런저런 인프라 투자를 하면 몇십 년 뒤에 막대한 경제 효과를 낼 거라는 이야기도 눈 가리고 아웅으로 들려요. 다른 분야, 예를 들어 기초과학에 그만한 대규모 투자를 해도 막대한 경제 효과를 가져올 거예요. 어느 편이 더 수익이 높을지는 모르는 거죠. 게다가 누가 거둬 갈지도 모르는 몇십 년 뒤의 이익은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에게 의미가 없는 거예요. 그런 사업에 투자를 하라고 하면 저는 사양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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