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 제목: 82년생 김지영
2. 지은이(저자): 조남주
3. 읽은 기간: 2017년 7월 19일 ~ 2017년 7월 21일
4. 책의 주제와 내용:
우리나라의 사회 속에서 은연중에 일어나는 여성 차별과 혐오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소설이다. 82년생 여자, 김지영이라는 흔한 이름, 그리고 집안이 부유하지도 가난하지도 않은 평범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상을 주인공으로 한 이 소설은, 오히려 그런 평범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였기에 작품에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게 한 것 같다.
이 책은 액자 소설의 구성으로 진행된다. 2015년의 김지영 씨가, 지인들에 빙의되는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이자 남편이 정신과에 데려가는데, 그 정신과 의사가 김지영 씨에게 들은 그녀의 인생 이야기를 보고서 형식으로 작성한 내용이 중심적으로 이어진다. 크게 1982년~1994년, 1995년~2000년, 2001년~2011년, 2012년~2015년으로 김지영 씨의 인생은 나누어진다. 유년기, 청소년기, 20대, 30대로 나누어진 인생의 각 장마다 김지영 씨는 수많은 사건들을 경험한다.
유년기에는 어린 남동생의 분유 맛이 궁금해 조금 먹어 봤다가 할머니에게 등짝을 맞고, 청소년기에는 여고였던 학교의 앞에 나타난 바바리맨을 신고한 친구들이 학교 망신이라며 선생님께 혼나는 것을 본다. 20대에는 남자가 많던 대학 동아리에서 홍일점 소리를 듣지만, 정작 점심 메뉴 결정 말고는 여자가 가진 권한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30대가 되어 결혼과 육아를 시작한 김지영 씨는 자신이 생각했던 육아의 모습, 그리고 모성애라는 개념이 현실적으로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슬퍼한다. “임신한 여자가 뭐하러 돈 벌러 다니냐”는 말을 지하철에서 듣고, 유모차를 끌고 잠시 공원에 나와 커피를 먹자 ‘맘충’이라는 소리까지 듣는다.
5. 나의 생각, 느낀점:
이 책을 읽으며, 남자로서는 경험하고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17년이라는 길고도 짧은 시간을 살아왔고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경험한 나는, 아무래도 남자여서, 여자인 친구들에 비해 조금 더 편하고 수월하게 살아오지 않았나 싶다.
우리 집 안에서도, 오늘은 본인이 설거지하겠다는 말을 아빠가 꺼내는 건 굉장히 선심을 쓰는 행동이고, 엄마가 아빠에게 오늘은 당신이 설거지를 하면 안되겠냐고 말씀하시는 것은 눈치를 보면서 해야 할 행동인 듯 여겨진다. 우리 사회의 통념상 이런 분위기가 사라지거나 고쳐지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긴 한 것 같다.
나 역시 무의식적으로 여성을 다르게 대우하거나 남성과 달라야만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던 것 같다. 교육 부족의 문제도 있고, 사회적 분위기의 문제도 있다. 어쨌든 이런 건 옳지 못하다. 조속히 바로잡아져야 할 문제들이라고 생각한다.
6. 인상적인 글귀:
작은 성취감을 느꼈다.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절대 권력자에게 항의해서 바꾸었다. 유나에게도, 김지영 씨에게도, 끝 번호 여자아이들 모두에게 소중한 경험이었다. 약간의 비판 의식과 자신감 같은 것이 생겼는데, 그런데도 그때는 몰랐다. 왜 남학생부터 번호를 매기는지. 남자가 1번이고, 남자가 시작이고, 남자가 먼저인 것이 그냥 당연하고 자연스러웠다. 남자 아이들이 먼저 줄을 서고, 먼저 이동하고, 먼저 발표하고, 먼저 숙제 검사를 받는 동안 여자아이들은 조금은 지루해하면서, 가끔은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전혀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으면서 조용히 자기 차례를 기다렸다. 주민등록번호가 남자는 1로 시작하고 여자는 2로 시작하는 것을 그냥 그런 줄로만 알고 살 듯이.
김지영 씨는 그날 아버지에게 무척 많이 혼났다. 왜 그렇게 멀리 학원을 다니느냐, 왜 아무하고나 말 섞고 다니느냐, 왜 치마는 그렇게 짧냐...... 그렇게 배우고 컸다. 조심하라고, 옷을 잘 챙겨 입고, 몸가짐을 단정히 하라고. 위험한 길, 위험한 시간, 위험한 사람은 알아서 피하라고. 못 알아보고 못 피한 사람이 잘못이라고.
김지영 씨가 졸업하던 2005년, 한 취업 정보 사이트에서 100여 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여성 채용 비율은 29.6퍼센트였다. 겨우 그 수치를 두고도 여풍이 거세다고들 했다. 같은 해 50개 대기업 인사 담당자 설문 조사에서는 ‘비슷한 조건이라면 남성 지원자를 선호한다’는 대답이 44퍼센트였고, ‘여성을 선호한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이래서 여자는 안 된다는 비아냥이 돌아왔다. 선배는 여자를 자꾸 안 되게 만드니까 이러는 거라고 대답했다.
출산한 여성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비율은 2003년에 20퍼센트를, 2009년에야 절반을 넘었고, 여전히 열 명 중 네 명은 육아휴직 없이 일하고 있다. 물론 그 이전, 결혼과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이미 직장을 그만두어 육아휴직 통계 표본에도 들어가지 못한 여성들도 많다. 또 2006년에 10.22퍼센트던 여성 관리자의 비율은 꾸준히 그러나 근소하게 증가해 2014년에 18.37퍼센트가 되었다. 아직 열 명 중 두 명도 되지 않는다.
졸업식이 이틀 남은 날, 오랜만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아침을 먹고 있었다. 둘째 딸 졸업식 날에 하루 임시 휴업을 할지 저녁 시간에만 장사를 할지 고민하고 있는 아버지에게 김지영 씨는 졸업식에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정신 상태까지 들먹이는 잔소리를 한 바가지 퍼부었는데, 김지영 씨에게 새삼스럽게 상처가 되지는 않았다. 그때는 ‘불합격’이외에 어떤 말도 김지영 씨를 자극하지 못했다. 자신의 꾸중에도 딸이 속상한 기색 하나 없이 무덤덤하자 아버지가 한마디를 더 보탰다. “넌 그냥 얌전히 있다 시집이나 가.” 이제껏 더 심한 소리를 듣고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김지영 씨는 갑자기 견딜 수 가 없어졌다. 도저히 밥이 넘어가지 않아 숟가락을 세워 들고 숨을 고르고 있는데 딱, 하고 단단한 돌덩이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숟가락으로 식탁을 내리쳤다. “당신을 지금 때가 어느 땐에 그런 고리타분한 소릴 하고 있어? 지영아, 너 얌전히 있지 마! 나대! 막 나대! 알았지?”
“예전에는 방망이 두드려서 빨고, 불 때서 삶고, 쭈그려서 쓸고 닦고 다 했어. 이제 빨래는 세탁기가 다 하고, 청소는 청소기가 다 하지 않나? 요즘 여자들은 뭐가 힘들다는 건지.”, 더러운 옷들이 스스로 세탁기에 걸어 들어가 물과 세제를 뒤집어쓰고, 세탁이 끝나면 다시 걸어 나와 건조대에 올라가지는 않아요. 청소시가 물걸레 들고 다니면서 닦고 빨고 널지도 않고요. 저 의사는 세탁기, 청소기를 써 보기는 한 걸까.
머리만 좀 지끈거려도 쉽게 진통제를 삼키는 사람들이, 점 하나 뺄 때도 꼭 마취 연고를 바르는 사람들이, 아이를 낳는 엄마들에게는 기꺼이 다 아프고, 다 힘들고, 죽을 것 같은 공포도 다 이겨 내라고 한다. 그게 모성애인 것처럼 말한다.
자꾸만 김지영 씨가 진짜 어디선가 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변의 여자 친구들, 선후배들, 그리고 저의 모습과도 많이 닮았기 때문일 겁니다. 사실 쓰는 내내 김지영 씨가 너무 답답하고 안쓰러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자랐고, 그렇게 살았고, 달리 방법이 없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늘 신중하고 정직하게 선택하고, 그 선택에 최선을 다하는 김지영 씨에게 정당한 보상과 응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 다양한 기회와 선택지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말 中)
대부분의 남성들에게 내 아내, 내 딸과 다른 여성들은 이렇게 분리된다. 그리고 내 아내와 내 딸은 내가 아닌 다른 남성들에게 ‘김치녀’ 또는 ‘맘충’이라 불리게 될 것이다. (작품해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