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시도하는 남자와 은둔형 외톨이인 여자.
사회라는 세계에서 고립되고 표류된, 자신의 의지에서 비롯된 듯 보이지만 어쩌면 사회가 그들을 표류하게 만든, 그런 피해자들의 이야기.
HELP에서 HELLO, HOW ARE YOU와 WHO ARE YOU, 그리고 FUCK YOU까지. 사회에서 표류한 남자 김씨가 사회에 대해 외쳤던 말들이 아닐까?
각박하고 힘든 현실에서 도움을 외치고, 나만 힘든 게 아닐 거라는 생각에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는지를 묻고,
그럼에도 사회에 적응한 듯 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너는 누구냐고 묻고, 마지막으로 사회에 던지는 한 마디는 FUCK YOU.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가는 여자 김씨.
작은 방과 컴퓨터, 그 속의 미니홈피, 그리고 작은 창과 카메라, 그게 세상의 전부인 사람.
끊임없이 자신을 숨기고 살아가며 다른 사람인 척 하는,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에 맞춰 살아가는.
현대 사회, 특히 대한민국 사회를 살아가는 평범한 현대인, 그 중에서도 현대 여성을 상징하는 듯 보였던 인물.
표류된 무인도에서 느낀 유일한 희망은 짜장면 한 그릇이었고, 표류된 방 안에서 느낀 희망은 '외계 생명체'를 관찰하고 흐뭇해하는 일.
어쩌면 인간은 원래 사소한 것에도 희망을 가지고 기쁨을 찾는 동물이지만, 우리 사회가 그런 감정들을 느끼기 힘들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해 준 작품.
10년 전 영화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세련된 영상미와 연기, 전개 방식, 그리고 배경 음악들.
초등학생 때 별 생각 없이 봤던 영화인데 고등학생이 된 지금 다시 한 번 보니 작품 속 묘사된 일들이 가슴에 더 와 닿는 느낌.
몇 년 뒤 어른이 되어 또 한 번 보고 싶은 작품. 별 다섯 개가 절대로 아깝지 않은 그야말로 명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