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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한국을 뜰 거야

솔직히 말해서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이 나라가, 이 사회가 진짜 바뀔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여전하다. 내가 너무 비관적으로만 미래를 상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비정상적인 지금의 상황을 인지하고 경각심을 가지고 문제 의식을 깨웠음에도... 며칠 전 일기에, "대충 학교 다니다 졸업해서 회사 들어가고 월급쟁이로 살고 싶지는 않다... 한국에서 월급 200만원 받고 회사 다니는 것보다 호주에서 접시 닦고 월급 100만원 받고 사는 게 더 즐거울 것 같다."라고 적었었다. 취업을 해서 돈을 받으며 일을 하는 직장인들마저 자신을 남들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깎아내리게 만드는 이 사회에서, 내가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깊게 들었다. 잘못된 사회를 바꿔나갈 생각보다 외국으로 도망(?)갈 생각을 먼저 하는 나 자신이 우습기도 했다. 그럼에도 결국에는 현실에 타협하고 시스템에 적응하며 남들과 같은 삶을 살게 될 것 같아 무섭기도 하다.

자료에서 봤던 말 중에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다.
"청년들은 일을 잘 못하는 정부에 불만을 느끼지만 그에 앞서 자신의 무능력함이 더욱 문제라고 생각한다."
노력하면 된다는 말, 사실 맞다. 모두가 노력하고 경쟁하는 지금의 사회이지만, 결국 남들보다 더 노력하고 눈에 띄게 실력을 키우면 더 잘 살 수 있게 된다. 문제는 그 노력의 수준이 상향평준화 되었고, 노력만이 살 길이라고 배워 온 청년들은 자신의 부족함을 탓하며 스스로를 더 채찍질하고 있다는 거다.

기성세대와 수많은 정치인들은 청년들에게 공감하지 못한다. 잘 살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그들이 청년이던 시절과 지금의 시점 모두에서 유효하니까. 단지 그들에게 요구되었던 노력의 양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많은 양의 노력이 청년들에게 요구되고 있을 뿐. 이 나라에서 청년으로 살아가야 하는 내가 불쌍하고 안타깝다.


여러분들 책임이 아니예요, 라고 했던 심상정 의원의 말이 너무 울컥했다. 정치 성향 같은 건 제쳐두고... 말 뿐이라도 청년들에게 "여러분 책임이 아니다" 라고 해 준 정치인이 있었나?
이번 사회탐구생활에서 얻고 싶었던 건 우리가 왜 지금 힘든지 아는 것, 그리고 그 힘듦을 어떻게 이겨내 밝은 미래로 만들어 나갈 지에 대한 해답, 이렇게 두 가지였다. 왜 취업이 잘 안 되는지. 왜 남들과 나를 비교하며 나를 깎아내리게 되는지. 왜 노력을 해도 되는 게 없는지. 왜 고등학생들은 좋은 대학교에 가려고 기를 쓰는지. 왜 중학생들은 좋은 고등학교를 가고 싶어하는지. 왜 초등학생과 미취학 아동들이 친구들과 맘 놓고 뛰어 놀지 못하고 학원들을 전전하는지. 이런 질문들에 답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면 했다.
사실 나는 답을 못 찾았다. 앞으로도 기성 정치인들은 권력을 놓지 않고 제대로 된 청년 정책을 내놓지 않을 것이다. 노력하지 않는 자를 죄인 취급하는 우리 사회 전반의 인식과 분위기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잘 살고 싶어서 노력을 거듭해야만 하는 세상, 그러나 노력을 거듭해도 나 자신의 생활은 나아지지 않는 세상, 바뀌지 않을 것이다. 청년들이 하나 되어 큰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혁명이니, 개혁이니 하는 거창한 말까지 갈 필요도 없이.. 그저 우리의 힘듦을 알아달라고 기성세대에게 외치는 것만으로도 변화는 이루어질 수 있을 지 모른다. 견고한 세상의 벽에 우리의 목소리가 균열을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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