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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청년세대는 화려하게 빛나는 특별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주문을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으며 성장했다. '헬조선'이라는 붉은 딱지를 노려 보면서도 자기계발서와 토익책을 쉽사리 손에서 놓을 수 없던 이유다. 그 '성공'이란 것, 조금만 노력하면 닿을 수 있을 것 같았으나, 아무리 각종 계발서를 탐독하고 스펙을 쌓아도, 어른들이 말하던 화려한 성공은 '나의 것'이 되지 않는다. 보통의 존재로서의 나를 긍정하지 않으면 삶을 견디기 어렵다. 그러나 보통의 존재로서 바라보면 기존의 성공도 그다지 행복할 게 없어 보인다.

- 미운 청년 새끼 : 망가진 나라의 청년 생존썰


다들 열심히 살 것을 종용당하는 세상에서 열심히 살아야 하는 삶의 기준치는 갈수록 높아진다. 그리하여 내야 하는 점수는 갈수록 상향평준화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노력밖에 할 게 없고, 다 같이 열심히 하니 평균 점수가 당연히 올라간다. 900점만 맞아도 어께를 으쓱하는 게 가능했던 토익 점수는 어느덧 평균 점수가 900점 초반대로 형성되는 모양새다. 이제는 서포터즈, 기자단, 인턴, 교환학생 등 스펙을 몇 줄씩 채우는 게 기본이 되어 그것을 채우지 못하는 사람은 도태되고, 가지고 있는 사람은 '기본'을 했으니 그 위에 '플러스 원'을 해야 남과 다른 나를 뽑아야 하는 이유를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중략) 지금 청년세대의 '취업 준비'가 그러하다. 앞에 있는 사람을 이기기 위해 내 페이스를 잃고 다 같이 달린다. 그러다 보니 기준은 점점 높아지고 해야 할 일은 갈수록 많아진다.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이것저것 다 해내려다보면 금방 지치게 되고, 죄다 페이스를 잃어 결국 넘어져 버린다. 그 누구도 이기지 못한 채 '내가 왜 뛰는지'까지 잊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우리는 왜 계속해서 뛰고 있는가. (중략) 비혼을 생각하는 사람의 수는 해마다 늘어난다. 결혼이 어른의 조건이고, 출산을 사회적 의무라고 생각하는 일부 기성세대는 비혼이 못마땅한가 보다. 자식들에게 은근히 압박하고 오지랖을 늘어놓기도 하고, 공공기관과 언론은 이기적인 청년들을 비난하는 논조를 내비친다. 그러나 한국 사회가 개인에게 그와 같은 '의무'를 요구할 자격이 있는지 돌이켜 보자.

- 미운 청년 새끼 : 망가진 나라의 청년 생존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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